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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 : 두고두고 읽어도 질리지 않을...

A X에게 (From A to X : A Story in Letters)

존 버거, 김현우 옮김

열화당


 

아름다움에는 시작점과 끝점이 없다. 그래서 어디부터 그 아름다움을 풀어 이야기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아이다가 그의 연인 사비에르(테러리스트 단체를 결성한 혐의로 이중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에게 보내는 편지 글은 한 편 한 편이 멋진 시이고 깊이 있는 에세이며 훌륭한 음악이다. 고혹적이다라는 말을 그녀의 글에 바쳐도 될지 모르겠다.

 

이 소설에서 내 마음을 가장 휘저어 놓은 것은 그녀 아이다. 바로 그녀의 편지다. 연인에 대한 존경과 사랑, 동지애.. 그 모든 좋은 감정들의 집합을 아름답고 꾸밈없이 그러면서도 세심하게 문장으로 다듬어 풀어 놓고 있다. 전체적인 프레임을 떠나 각각의 색채로 행복함과 절망, 희망과 스러짐을 표현해 낸 문장. 그것만으로도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보상을 내게 해주었다. 아름답다는 말이 행여 제인 오스틴식 로맨스로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아름다움은 그런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은 아이다가 사비에르에게 보낸 편지와 그 편지 귀퉁이 또는 뒷면에 적어 놓은 사비에르의 메모로 이루어져 있다. 이 메모는 아이다의 편지 내용과는 별 관계없는 듯 보이지만 실은 매우 밀접한 관계로서 이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팽팽한 긴장감 하에 놓이게 만든다. 아이다의 편지는 사비에르의 바위 같은 문장에 맞닿아 크게 울려 메아리 친다. 그 메아리가 짧은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놀라울 지경이다.

 

그녀의 문장은 아포리즘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에서 더욱 아름답다. 두고두고 읽어도 질리지 않을 문장들.


메신저


메신저

마커스 주삭, 정영목, 문학동네


 

사건과 인물보다 주인공 에드가 사는 동네가 기억에 남는다. 아주 구체적이고 시각적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만화에서 등장인물 보다 더 맘에 든 배경을 접한 것과 똑같은 기분이 들었다.

 

에드가 사는 집, 달리기를 했던 장소, 엄마의 데이트 장면을 본 식당, 낡은 극장 등등. 왠지 인물보다도 더 맘에 들었다. 장소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그 장소가 각각의 사건과 딱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친숙함 한 잔에 낯섦 한 숟가락.

 

작가 자신이 이들 장소와 친숙하지 않으면 쓸 수 없다는 걸 안다. 아웃라인이 선명한 배경장소의 설정은 믿지 못할 사건들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의심 없이 그 사건들을 받아들이게 하는 든든한 사실적 기반이 되고 있다.



존 버거

     다른 블로거들의 독서 리뷰들을 보면 작가들을 아주 친하게 호칭하며 동네 할아버지나 옆방에 자취하는 형처럼 대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럴때마다 같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의 보이지 않는 유대감이 내게 까지 끈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즐거워 웃음 짓곤 한다.

     굳이 찾아 읽진 않지만 결국은 하나 하나 사 모으는 작가들. 읽다보니 친밀감이 생겨서 나이와 국적을 떠나서 좀 알고 지내는 것 같은 막연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작가들. 나도 꽤 여럿을 알고 지낸다. 그 중에 최근에 읽은 <<A가 X에게>> 때문에 존 버거 얘기부터 좀 해 보고 싶어졌다.

     그를 알게 된 건 소설이 아니었다. <<세상 끝의 풍경>>이라는 일종의 에세이를 통해서 였는데, 책에 실린 흑백사진과 같은 호흡-마치 돌이 숨쉬는 것 같은 템포-인 것 같으면서도 그 흑백의 이미지 뒤에서 폴짝 뛰어오른 푸른빛 개구리같은 문장이 이채를 띠었다. 그건 나이 든 사람의 진중한 호흡이었지만 분명 젊은 사람의 생명력과 재기도 뒤범벅된 것이었다.

     글로 쓴 사진, 결혼을 향하여, G,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우리시대의 화가를 읽었고 이제 A가 X에게를 읽었다. 그 연배의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고루한 점이 조금도 없다. 답답하고 말도 안되는 느낌. 우리가 연세 높으신 분들과 대화를 할때 거의 늘상 느끼는 그 갑갑함이 그에게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네 다섯살 많은 대학 선배 같은 느낌이어서 그런지.. 그의 책을 읽을 땐 왠지 맥주를 곁들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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