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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자살 여행 : 내게 아직 남아 있는 것


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김인순,

 


이 소설 화자의 시각도 원경. 광각렌즈의 시각이다. 28mm 렌즈 정도랄까. 한 명 한 명의 캐릭터에도 포커싱을 맞추지만 그래도 50mm 표준렌즈 이상을 넘기지 않는 기분이다. 전반적으로는 좀 멀게 보고 있다.

 

유럽 전역을 종횡무진 하는 자살버스와 그 승객들. 있을 법하지 않은 사건이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그야말로 그럴 수도 있겠네. 하게 된다.

 

커다란 삶의 구조들-사회, 역사, 타자, 욕망. 그 그물망을 내 맘대로 다 어쩌진 못해도, 작은 삶의 구조. 내 팔이 뻗는 반경내의 내 삶, 전부는 아닐지라도 스스로 즐기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힘은 내게 아직 남아 있다는, 다른 사람들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는,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를 읽었다.  

 

유쾌하다. 즐겁다.


인간의 대지 : 바람과 모래와 별


인간의 대지

생텍쥐페리, 허희정, 펭귄클래식 코리아


 

삶이 답답해 어딜 향해 가야 할지 막막할 때 훌훌 털어버리고 여행을 하면 더 맑은 정신으로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행의 이런 순기능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다른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그 중 하나는 내가 사는 지금의 삶을 먼 거리. 즉 원경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대지>>는 생텍스가 비행기를 타고 사하라, 남아메리카 등의 하늘을 날며 생각했던 것들을 모아놓은 글이다. 비행기가 처음 만들어져 정해진 항로조차 없을 때, 초기 파일럿들의 목숨을 건 비행 모험이 깊이 있는 사색의 글들로 오롯하게 채워져 있다.

 

하늘에서.. 지금처럼 최첨단의 장비가 없던 시절에.. 비 내리고 천둥 치고 바람이 부는 밤에도 외롭게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파일럿들. 그들이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광활한 바다와 사막을 보고 느낀 것들.

 

원경으로 상상되는 광활함이 산문을 읽는 내내 가슴에 파도 쳐 밀려왔다. 덕분에 먼데 여행 떠나, 외롭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그런 에너지를 얻은 기분이다.


요노스케 이야기 : 따뜻한


요노스케 이야기

요시다 슈이치, 이영미, 은행나무

 

11 14일자 내 글은 감상에 치우쳐져 있다. 그런 기분이 든 맥락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고 그저 마음에서 솟구친 간단하고 앞뒤 안 가린 말만 해댔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자주 창 밖을 바라본건 스토리 때문도 문장 때문도 주인공들 때문도 아니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 도쿄 때문이었다. 도쿄는 특별한 곳이다. 사귀고 있었을 때나 헤어진 지금에서나. 여전히.

 

그런 개인적인 감상을 떠나, 이 소설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1.       하나의 스토리 라인이 쭉 나아가는 게 아니라, 중간에 네 가지의 다른 이야기가 끼어져 있는 구성이 독특하다. 요노스케가 주인공인 메인 스토리에 요노스케를 알고 지냈던 네 명의 조연들의 이야기가 20년 후에 단막처럼 순서대로 펼쳐지는 구성.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 법칙을 안 이후엔 흥미가 배가 되었다. <<퍼레이드>>처럼 처음부터 옴니버스 식 전개가 아닌 변종 옴니버스인 셈이다.

 

2.       처음엔 별 것 아니었던 사건들이 그들 각각의 인물들에게 미친 사소하지 않은 영향에 대한 글. 모두 어떤 우연들이지만 우연이 아니었던 것들. 그래서 소중했던 추억.

 

3.       <<퍼레이드>>에서도 느낀 점인데, 요시다 슈이치의 스타일은 깔끔하지만 너무 섬세하지는 않은 그러면서도 섬세한.. 만화의 그림(스토리 라인이 아닌 순수한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리스토란데 파라디조>의 오노 나츠메가 그린 캐릭터 같은 느낌이랄까……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다만 <<요노스케 이야기>> <<퍼레이드>>에 비해서 따뜻한 색감이 풍성하게 표현되어 있다.

 

4.       젊음을 환기시키는 명랑한 소설이지만, 혼전임신과 낙태, 동성애, 난민문제, 거품시대의 소비향락주의, 기아문제 등등 동시대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 또한 돋보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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