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의 비망록
주제 사라마구, 최인자 외, 해냄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나는 소극적 반항아로서 살아왔다. 잘못된 일에 대놓고 반발은 못하고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며 혼자 속으로만 삭이는 그런 스타일로 커 왔다. 주류에 적극적으로 끼어 맞춰 살지도 못하고 완전 거친 황야에 홀로 울부짖는 늑대도 되지 못한 신세다.
회사생활을 하면 주류의 경계 바깥에, 문학을 읽으면 아웃사이더의 바깥에 놓이게 된다. 참 희한한 중도다. 예전에는 이런 걸로 더 많이 고민하고 걱정하고 했는데 지금은 그 희한한 중도 자리가 편해진 건지 아님 뚜렷한 자기 길 갖기를 포기한 건지 이 자리에서 내 쳐지지만 않기를 바라는 맘이 더 커진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수도원의 비망록>> 화자는 반골기질이 다분하다. 느물느물하기도 하고 거칠 것 없이 대놓고 얘기하기도 하고 슬슬 웃기기도 하면서, 교회를, 왕족을 비아냥거린다. 출판사는 주제 사라마구의 유일한 러브스토리 라는 광고 카피를 써 가며 이 소설을 홍보하고 있지만 내 보기에 이 소설의 핵심은 러브가 아니다. 안티 그리고 비판이다.
<<수도원의 비망록>>에서 가장 인상적인 두 장면은 꿈과 땀의 의미를 극적으로 표현하는데 그 모든 것은 反교회 反권력의 바탕 위에 놓여져 있다. 그렇기에 그 꿈과 땀이 내게 명징하게 다가온다.
<<눈먼 자들의 도시>>만큼 전율을 주거나 하는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은근하면서도 질긴 풍자들이 소극적 반항아인 내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소설은 그래서…역시 사라마구. 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다만, 해냄 출판사의 편집진들은 욕 좀 먹어야겠다. 나는 공동번역 소설은 일부러 읽지 않는다.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이라서 할 수 없이 읽었지만.. 공동번역 특유의 무책임이 소설 곳곳에 드러난다. 공동번역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이런 여러 오류들을 사전에 감안하고 더 철저하게 편집진이 신경을 썼어야 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 성공으로 이 편집진들이 눈멀어 버린 건가. 쇄가 달라질 때 말끔하게 손질되길 바란다.


덧글
에필로그 2009/07/26 05:50 # 답글
예쁜 도배지로 바꾸시고 오랜만에.... ^^
elle 2009/08/09 16:57 # 답글
저도 공동번역은 잘 읽지않습니다. 바로 그 특유의 무책임함 때문에 말이죠..정말 오랫만에 도배지가 바뀌셨네요??ㅎㅎㅎ